일본 땅에서 지역을 고민하다

기사입력 2015-06-03 09:14:50 | 이젠시민시대

언론에 기사가 날 때마다 왜 정치인들은 국민의 혈세를 써가며 해외 연수를 가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번 광주광역시 동구 의원들의 일본 연수도 역시나 언론에 부정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일본 연수를 마친 지금, 나는 언론에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의원의 선진지 견학은 권리가 아니다. 중요한 의무다. 구민들 전부가 선진 문물을 공부하러 갈 수가 없기에, 대신해서 의원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6인의 동구 의원들은 일본의 도쿄와 요코하마 두 도시의 도시재생 지역을 견학했다. 공무원들의 친절한 설명과 훌륭한 도시 모습, 그리고 성실한 시민들을 만나서 많은 감동을 받았고 진한 여운을 안고 왔다. 연수 후기를 겸하여 몇 가지 동구 집행부에 건의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 보았다.

 

❚도시재생의 목표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방문한 곳 모두 관광객이 넘쳐났다. 그러나 관광이 도시재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지역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표이다. 삶의 질이 높아져서 행복한 지역이 되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은 찾아온다.

요코하마는 도시 전체를 재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헌 창고를 다듬어서 가난한 예술가들을 마음껏 작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가도로 아래의 빈 곳을 사무실로 건축하여 많은 공간을 만들었다. 지역민이 모여들 수 있는 공유공간을 체계 있게 설계했다. 어른들의 회의실 옆에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게 했다.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하려고 오래된 집창존도 허물지 않았고 그 곳을 재생하기 위해 지역민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협력하였다. 오래된 건축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동아리 모임을 유도하고 지원했다. 결국은 지역민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빈번한 소통 속에 공동체 의식이 깊어졌으며 그런 요코하마의 변화는 이제 유명한 관광자원이 되었다.

 

도시재생은 지역민의 삶을 보살핀다는 뜻이다. 그 결과로 지역민이 행복하고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관광은 단지 그 결과일 뿐.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


일본의 도시재생 성공 지역의 공통점은 민과 관의 찰진 협력이었다. 민의 창의성을 관은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간섭을 최소화했다. 관의 지원을 받은 민은 그 목적에 맞게 투명함과 순수함을 지켰다. 관과 민 사이에는 상호 존중과 자기 품격을 바탕으로 지역살리기 혹은 마을만들기라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해 있었다.

 

동구는 문화로 살찌고 재생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과 관, 관과 민의 상호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거기에는 창의성이라는 핵심 코드가 생명이다. 창의성은 규격화되지 않은 자발성과 다양성 존중을 뿌리로 하여 간섭이 아닌 관심, 규제가 아닌 장려라는 양분을 통해 싹이 돋고 열매를 맺게 된다.

세타가야구의 구청장은 세타가야 트러스트 재단법인을 신뢰했다.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단은 매우 청빈했으며 목표에 충실했고 지역을 사랑했다. 결코 일이년의 단기적인 계획이 아니었다. 단단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수십 년간 기획하고 투자하며 조건 없이 자원봉사 하는 민과 관의 노력으로 사타가야구는 살기 좋은 곳, 살고 싶은 지역으로 재탄생했다.

 

❚성패는 디테일에서!


연수 기간 참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깨끗한 거리, 배려하는 운전자들, 편안히 줄 서는 사람들, 흐트러진 화장실 세면대를 묵묵히 정리하고 가는 이의 뒷모습, 유사시에 소방관의 출입을 유도하기 위해 건물 유리창마다 한 쪽에 표시된 스티커, 어디라도 보행약자나 자전거가 지날 수 있게 잘 설계된 인도와 차도의 경계턱, 마을 곳곳의 유료 주차장에만 주정차하는 깨끗한 골목길 등.

이외에도 배울 것이 많았다. 고속도로 화장실에는 남성 화장실에도 수유실이 있었고 작은 화장실 칸칸마다 지팡이를 세울 수 있는 고리와 어린이용 좌변기가 놓여 있었다. 대장암 수술 환자들도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인공항문자를 위한 칸이 따로 있는 것을 볼 때에는 경악할 정도였다.

 

불편한 그 어떤 사람도 용납할 수 없다는 섬세한 행정은 모든 이에게 무한감동을 준다. 감동행정은 자본이 아니라 배려와 디테일에서 출발한다. 자세의 문제이다. 행정은 정치로 풀 것도 있지만 이렇게 섬세함으로 나아가야 한다. 작은 정성이 지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난한 구(區)라고 해서 꼭 못할 것도 없다.

 

김해공항 화장실에 앉으니 휴지걸이가 좀 높았다. 일본에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이 안 들게 공간 설계를 잘 했던데…. 귀국한 것 맞구나!

전영원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