養蘭而蘭養

기사입력 2015-07-22 09:57:23 | 이젠시민시대

벽(癖)이 지나치면 병(病)이 된다. 풍류도 마찬가지다. 요즘의 난열풍이 그 대표격이다. 애란(愛蘭)을 앞세운 이들이 탐착에 빠져 강호를 더럽히고 있음이다.

 

좋은 한국춘란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을 호가한단다. 그동안 암암리에 번성하던 난시장이 지난해부터 정식 경매장이 생겨 양성화되었는데 50만명을 헤아리는 동호인들로 철철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경매에서 춘란 한 분이 1억2천만원에 거래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폭 5~10mm, 길이 20~25cm의 잎 4개로 된 ‘태황’이라는 단엽중투호라던가. 문외한의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잡초나 다름없는 풀잎사귀인데 그거 한 촉이 서민의 평생 재산을 비웃다니 좀 서글퍼졌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정도가 아니라 10억, 20억 등 그야말로 값을 칠 수 없는 고급 난을 소장한 이도 있다고 한다.

 

향원익청(香遠益淸)하는 군자를 저자에 내놓고 몸을 팔게 하는 이들은 이미 난인(蘭人)이 아니라 난적(蘭賊)이라 하겠다. 우리 산야에 절로 크는 화초를 몰래 캐다가 온갖 몸살을 시켜서 기형으로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이들은 어차피 도적으로 불러도 무방할 터. 난풍류에 노닐던 우리 선인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가슴을 치며 통탄할 게다.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가 문득 떠오른다. 스님은 도반으로부터 난분을 선사받아 애지중지 해왔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집착도 대죄라는 깨침이 일어 선선히 난분을 버린다는 얘기였다. 그 경개까지야 어렵더라도 만인이 고루 즐겨야 할 자연의 선물을 훼손 독점하여 욕심을 채우려 하는 풍조는 바로잡혀야 한다.

 

그리고 건실한 난풍류를 즐기려면 ‘난유사계(蘭有四戒)’ 하나쯤 상식으로 알아두자. 첫째 춘불출(春不出), 봄에 따뜻해지기 전에는 난분을 밖에 내놓지 마라. 둘째 하불일(夏不日), 여름에 햇볕에 내놓지 마라. 셋째 추불건(秋不乾), 가을에 습기를 충분히 보충해 줘라. 넷째 동불습(冬不濕), 겨울에는 너무 습하게 다루지 마라. 한 마디로 난초는 중용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거듭 다그치거니와, 풍류는 내가 그걸 즐기면서 내 스스로가 풍류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겨야겠다.

양난이난양(養蘭而蘭養)-. 내가 난을 기르나 또 난이 나를 기른다.

 

한송주 <월간 전라도닷컴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