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는 우리에게 축복이다

기사입력 2015-07-24 18:04:31 | 이젠시민시대

지난 주말 무지개산우회를 따라 ‘들깨의 섬’ 임자도에 갔다. 점암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30여분 바다를 건넜다. 짙푸른 녹음으로 뭉쳐진 섬들이 구름처럼 바다를 수놓는다. 말 그대로 섬들이 꽉 차있는 다도해다. 이렇게 좋은 섬들의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엄청 돈 들여 지중해크루즈 여행은 꼭 가야 할까….

진리항에 내려 한 시간 반 트레킹 코스를 걷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대광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백사장이 도대체 몇 키로나 됩니까?” “삼십리가 훨씬 넘지요.” 말이 삼십리이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정말 깨알처럼 작게 보인다. 그 너른 백사장에 파도는커녕 잔물결 하나 없다. 워낙 경사가 완만해 물에 몸을 띄우려면 한참 들어가야 한다. 수영이 필요 없다. 모래사장이 그대로 침대다.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따뜻한 물결이 찰랑찰랑 몸을 간질인다.

삼복 한 더위인데도 그 너른 백사장이 한산하다. 너무 넓어서인가? 아니, 다들 가기 쉬운 육지 해수욕장으로 몰려간 때문일 거야. 섬 해수욕장은 아무리 가까워도 배를 타야 한다. 대광해수욕장은 배에서 내려서도 상당히 가야 나온다. 그래서 한가한가 보다. 덕분에 한반도 최대해수욕장이 온통 우리차지이다.

광주에 사는 축복이다. 이만큼 좋은 섬들이 모두 한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신안군에만 1004개, 전남에는 우리나라 3천개의 섬 중 65%가 넘는 2천2백19개의 섬이 있단다. 사람이 살고 있고 고유의 문화가 있는 섬만도 280여개, 그중 몇 개나 밟아보았던가? 지난달에는 솔개(소리개)와 닮았다는 소리도에 가서 등대를 보았었지…. 지난 4월에는 여수 금오도에서 하룻밤 자면서 절경인 비렁길을 이틀간 걸었고, 오래 전에는 자은도, 증도, 흑산도, 홍도, 가거도, 관매도, 청산도…. 상당히 많다. 여러 번 가본 섬도 몇 개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챙긴다고 해도 평생 몇 개나 더 갈 수 있을까?

지금은 섬이 각광받는 시대이다. 섬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급증한다. 해마다 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이다. 왜 섬일까? 해방감이다. 휴식과 힐링을 원하는 사람일수록 바다건너 섬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바다라는 큰 칼이 일상을 단절시켜 해방감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육지에서의 일상을 선착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배를 탄다. 털어내지 못한 마음속 스트레스는 페리위에서 바닷바람에 날려버린다. 시간을 들여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은 섬을 육지와 잇는 연륙교를 싫어한다. “연륙이 되면 섬에서만 느낄 수 있던 이국적인 신비감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섬의 발전을 바라는 섬 주민들은 당연히 그런 말을 싫어할 것이다. 임자도도 5년 후면 육지와 이어진다고 한다. 이미 여러 개의 교각 기둥들이 바다 위로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대광해수욕장은 나에게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이다. 30여 년 전, 친한 몇 가족이 해변 민박집을 빌려 아이들과 함께 이틀 밤을 보냈었다. 해수욕장은 넓고 편안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마음대로 해변을 내달았다. 어른들은 어른대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얕은 바닷가에 긴 그물을 들고 고기를 몰아 게나 작은 물고기들을 잡았다. 몇 버킷이나 잡아 탕을 끓여 먹었다. 밥도 직접 지었다. 가장 즐거운 기억은 달밤에 하는 ‘야수욕(夜水浴)’이었다. 여자 분들이 특히 좋아했다. 살갗도 타지 않았고 바닷물도 따뜻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밝았다. 30년 동안 주변은 많이 변했지만 바다는 여전히 따뜻하다. 잔잔한 물결도 그대로이다.

섬이 많은 바다, 다도해는 광주와 전남에게 하늘이 주신 보물이다. 전남도는 올해 ‘가보고 싶은 섬 6곳’을 추천했다. ‘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도.’ 놀랐다. 대부분이 생소한 이름들이다. 광주토박이인 내가 가 본 곳은 관매도뿐이다. 내 딴에는 섬을 좋아하고 꽤 가보았다고 자부 했었는데…. 덕분에 올 여름에는 목표가 생겼다.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여러 곳 생겼다. 그중 어딜 먼저 가볼까? 신비에 싸여있는 섬, 그 신비한 기를 받아보고 싶다. 다도해는 우리에게 축복이다.

김종남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