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는 길 밝힌 ‘광주 육전 회동’

기사입력 2015-08-13 16:26:25 | 이젠시민시대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소문난 육전 식당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회동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부터 그 뒷날까지 언론은 집중적으로 이 뉴스를 다루었다. 언론에 비친 공통적인 핵심 내용은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모임을 주도했고 호남을 중심으로 비노성향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정도였다. 뉴스를 접한 사람이면 누구나 식사 한 끼 정도의 보도 가치만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심전심과 메시지를 간과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일부 언론은 이날 모임 기사를 전하면서 제목을 ‘광주 육전 회동’이라고 칭했다. 속 빈 강정 같은 내용에 비하면 무게감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납량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는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중시했더라면 더 스마트한 제목이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호남발 신당 미풍 서울로 번지나’, ‘수도권 의원 왜 동참했나’ ‘이종걸 반란’, ‘문재인 성토장에 나타난 친노들’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가상 제목들은 이종걸, 박영선 전 원내대표, 수도권 의원, 친노 의원들을 연상시킨다. 이들을 키워드 삼으면 ‘광주 육전 회동’은 의미심장해진다. 친노 의원들이 끼어 있었다면 심각한 수준으로 번진다. 친노를 겨누고 이루어진 모임이라고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참석 사실을 확인했다면 회동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손가락질했을지 모른다.

종편 화면을 자세히 보니 회동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도대체 저 양반들은 뭐하려 왔다냐”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광주 육전 회동’ 제목에 이어 새롭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더 이끌어낸 장면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게 붙여 놓은 상 앞에 둘러앉은 의원들 속에서 이들이 유난히 돋보였다. ‘광주 육전 회동’과 ‘회동 목적 부적합 인사’가 싱겁게 비춰진 뉴스 속에서 호기심을 돋우었다.

 

부적합 인사들 외에 호남인들이 눈여겨보았을 인사들은 몇 안 됐을 것이다. 광주, 전남 의원들이 대다수인데다 그들 중 거의가 비노 성향층에 속해 있어서다. 이종걸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병호, 이상직, 최원식 의원이 몇 안 되는 관심의 대상이었을 것 같다. 혹시 친노 패권주의에 질려 보따리 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을 수 있다. 그와 정반대 입장이라면 의심받을 광주모임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암이 고향인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구갑)과 김제가 지역구인 이상식 의원은 호남 연고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문 의원은 안철수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적이 있어 야릇한 추론을 낳게 했다.

 

참석 의원 가운데 문 의원 말고도 새정연 대표급 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의원 수가 적지 않았다. 주승용 의원은 누가 뭐라 시비해도 흔들리지 않은 대들보 같은 김한길 전 대표 최측근이다. 김영록 대변인과 조직본부장인 이윤석의원은 박지원 의원계열에 속한다. 신당 창당 상수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참석했다.

 

자신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 펜서비스 차 광주에온 박영선의원은 대표급 인물이다. 이날 펜서비스 행사에는 지역 거물급이 다수 모였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천정배 의원도 행렬에 끼었다. 사인 받으려고 사람이 몰려들어 대기 행렬이 100m나 이어졌다. 박 의원은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하는 기류가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와는 부드러운 사이다.

‘광주 육전 회동’ 당일 기자들은 호남지역 친노 의원이 나타날까 하는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우윤근•강기정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세균계인 강 의원은 비노의 반발과 관련 공천과 연결시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어 불참은 예견되었다. 친노이면서도 원만한 인품을 지니고 있는 우 의원에 대해서는 기대를 했으나 불발됐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광주•전남지역 친노 성향 의원이 보여 기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19대 총선 때 친노의 배려를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들이다. 지금은 친노 티를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언행을 자제하고 있어 마치 반노로 보인다. 왜 그들은 카멜레온 같은 처신을 해야만 하는가. 공천과 연결하여 생각하면 힌트가 잡힌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수없이 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친노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받는다면 신당 또는 무소속 연대와 맞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런 인사들이라고 여겨지는 광주•전남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광주 육전 회동’에 나와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의원은 똑별난 모션을 취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되풀이 방영되는 행운까지 안았다.

비하 뉘앙스를 풍기는 ‘광주 육전 모임’이었다 하더라도 메시지는 흐르고 있었다. “광주•전남에 관한 한 친노나 비노는 상호 배척하지 않는다”, “친노 중에서도 신당에 관심이 있는 의원이 존재한다”는 것 등이 그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공천에 해가되는 언행을 삼가는 속성이 있다. 동참한 친노들도 국회의원이다. 친노들은 ‘광주 육전 모임’ 동참은 공천에 해가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나아가 신당 창당과 연관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들은 신당 동참 의사가 있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으면 절대 찍어주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지역민이 80~90%였다”. ‘광주 육전 모임’에 참석한 의원이 일부 기자들에게 들려준 말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광주, 전남에서 금배지를 달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는 입지자들을 이끌 등대와 같은 증언이다. ‘광주 육전 모임’은 소고기전이나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신당이 국회 입성의 외길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시그널을 보낸 자리였다.

위성운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