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르네상스를 꿈꾸며

기사입력 2015-08-31 16:17:51 | 이젠시민시대

안철수 현상이 철수된 지가 오래된듯한데 아직도 안철수를 기대하는 사람이 꽤나 된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놀랄 때가 더러 있다. 사회성이 부족한데다 거주 바운더리가 광주라는 좁은 한계가 있지만 결코 지엽적 현상이라 생각지 않는다. 전국적인 대선 여론조사 지지도면에서 아직도 5~6위 선상에 오르는 게 좋은 증거다. 광주에선 상위를 놓치지 않는다. 그런 안 의원에 대한 평가를 내린 주변 인사들은 역시 한수 위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부족한 자신을 탓하게 된다. 안철수 의원을 아쉽게 생각하는 친구들은 ‘짠하다’는 말로 부정평가하는 친구들 입을 막는다.

 

‘짠하다’는 친구들의 표현은 단순한 의견표시가 아니다. 기대하다 실망했지만 그래도 친노 수장보다는 낫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그러니까 ‘짠하다’는 서술어는 흐물거리는 안철수 현상을 아쉬워하는 개념어인 셈이다. 심성이 독한 탓인지 몰라도 이러한 견해도 별로 동조하지 않는다. 아쉬움이 너무 큰 자리에 굳건하게 똬리를 튼 원망 때문이다. 그러한 심중에서도 최근 발간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금태섭 변호사의 시사 에세이집이 ‘짠하다’는 개념어가 맞는 것 같다는 일말의 동조 의식을 만들어냈다.

일면식도 없는 관계이지만 금태섭 변호사의 인상이 마음을 끈다. 귀공자처럼 생긴 용모가 우선 매력적이다. 게다가 말하는 태도나 내용에서 무게와 진실이 느껴진다. 안철수 현상을 구현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하는 보석 같은 인물이겠구나 하는 평가를 하곤 했다. 지금도 나름대로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 그의 학력과 경력, 그리고 한겨레 신문 연재물을 확인하고서는 그러면 그렇지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한층 커졌다. 안철수 같은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 심리가 발동하기도 했다.

40대 중반인 금 변호사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여의도고와 서울 법대를 나왔다. 그 정도만으로도 한국의 엘리트코스 이수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의 명문 코넬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 변호사로 활약했다. 그 후 한국검찰에 투신,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일하다 한겨레 신문에 수사 잘 받는 요령을 연재하려다 제동이 걸려 검찰을 떠나게 되었다. 검찰의 수사 편법이 드러나는 연재물이었으므로 검찰이 그만둘 리 없었다. 연재물은 1회로 끝이 났고 한직으로 전보되자 검찰을 그만두고 말았다. 이 당시 서울대 조국 교수는 금 변호사를 적극 옹호했다. 조 교수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멤버다. 문재인 대표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하다. 금 변호사는 내년 총선에 나설 뜻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고찰하다보면 그는 왜 이 시점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타격을 줄 책을 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제목 뒤에는 현재 새정연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가 숨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명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 내용의 핵심은 안철수 의원이 끝까지 경선에 임했더라면 야당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부분이라고 본다. 그는 경선포기는 박경철 의사의 자문을 받아들이는 결과였다 점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중요한 결정을 공론화시키지 않고 거의 모두 박 의사의 견해에 따랐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면 안철수 의원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댈 것이 없어 보인다. 소위 대통령의 불통이 나라를 비틀거리게 만든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비교된다. 대통령 감으로 추앙받던 안 의원의 불통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대비시킴으로써 치명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왜 그는 안철수를 궁지에 몰아넣는 취약점을 부각시켰을까?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가장 크게 덕 볼 사람은 문재인 대표다. 만약 내후년 대선 경선 리턴매치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을 문 대표 쪽은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당내 경쟁자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대도의 걸림돌이다. 미래의 대결구도가 확실해 보이는 시점에서 금태섭 변호사의 안티 안철수 신간은 문재인 대표의 입지강화를 굳히다시피 하는 파괴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낳는다. 그는 안철수의 오른팔 역할을 했으므로 그의 주장은 안철수 현상 파괴를 완성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데 공감한다.

 

그래서 일까, 더더욱 안철수 의원이 ‘짠하다’고들 아쉬워한다. 그들의 결론은 약자에게 쏠린 감성 작용의 결과가 아니다.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하다는 게 전제일 뿐이다. 나아가 아직도 안철수 의원이 그러한 열망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믿음도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호남에서 지지도가 상위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1, 2위 그룹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 의원의 지지도 상승 잠재력을 더 높게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광주에서 인기가 식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왜 그럴까?

 

안 의원은 광주광역시장을 전략 공천하는 데 몸을 받쳐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광주시청 개청 이래 최대의 부정부패 집단의 수장이라는 오명을 둘러쓴 장본인을 갈아치우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으면서 가장 보람된 하나를 꼽는다. 그의 유일한 보람은 윤장현 시장을 전략 공천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랑스럽다는 서술어를 반드시 덧붙인다.

 

윤 시장을 챙기는 인물이었지만 오른팔인 금태섭 변호사를 지난해 7・31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후보로 내세우지는 못했다. 그러듯이 계보 의의를 간과한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였다. 반면에 부패한 광주시장을 교체한 위대함을 보였다는 건 정치의 아이러니다. 안철수 현상의 르네상스는 광주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명제를 세운 측에서 그를 끌어들이려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진다. 궁금증이 열을 받으면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강요하고 싶어진다.

위성운<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