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쳐든 신당 피로감

기사입력 2015-09-14 14:56:33 | 이젠시민시대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편승해서 대표직을 연장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10일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의 공천 혁신안 처리를 놓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에 대한 논평이다. 신당론 주역으로 인식된 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혁신안 최종 관문인) 중앙위원회에서는 친노 세력이 60% 이상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때문에 “재신임을 물어도 결과는 뻔하다”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신당 당위론 근거인 대표 책임과 계파문제도 거론했다. “당이 이런 상황까지 오는데 가장 책임 있는 분이 문 대표이기 때문에 바로 사퇴를 하고 친노(친노무현) 계파 청산을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발언은 위기에 처한 ‘새정연’의 문제 본질이 문 대표 퇴진거부와 친노 패권주의 강화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시켜주었다. 문 대표의 재신임 기자회견 후 박 의원은 라디오 방송과 종편 출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신당 또는 분당을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로 인정받고 있다는 징표다.

 

문 대표는 4・29보선 참패에 대한 문책성 사퇴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러면서도 친노 계파는 없다고 강변했다. 국민의 정당, 계파의 기억자도 나오지 않는 정당으로 이끌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근에는 애초부터 분당은 없다고 했다. 잇따른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할 때마다 상당수 당원과 국민들은 퇴출 의지를 다짐하곤 했다. 축적된 감정은 분노로 이어져 분당 상수라는 말이 나돌 만큼 최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신당 또는 분당 가능성 쪽으로 여론의 무게추가 쏠리자 타개책으로 혁신 위를 출범시켰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당시 퇴진요구를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 시간벌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돌았다. 혁신위 출범으로 어느 정도 당이 진정된 듯 했다. 그러나 공천 관련 10차 혁신안이 발표되면서 분란 사태는 다시 악화됐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중진 지도부는 혁신 실패 책임론과 대표 퇴진 압박 발언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여기에 맞설 무기로 이미 준비해온 재신임 투표 카드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표 재신임 기자회견 후 여론은 부정적으로 흘렀다. 회견 뒷날 발행된 중앙종합일간지들은 거의 모두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보수언론은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꼼수라는 취지가 주류를 이루었다. 진보적 신문들도 문 대표를 이해하는 논조를 펴면서도 노선과 정책, 포용정치 측면에서 성찰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념성향에 따라 논조가 엇갈리기는 했으나 공통적으로 이번 재신임 카드로 당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조선일보 사설이 돋보였다. ‘당(黨) 내분까지 국민 여론조사로 풀겠다는 문재인式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야당의 문제해결 방식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혁신위를 둘러싼 당 갈등이 불거진 뒤 당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비노 중진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거나 협조를 요청했다는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래놓고선 불쑥 '혁신안을 받지 않으려면 나를 자르라'는 식으로 선택을 요구하는 건 자신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대한 의심만 키울 뿐이다”고 강조했다. 당 내분을 국민・당원 상대 여론조사・투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非)상식적이며 세계 어떤 정당도 이런 식으로 당내 갈등을 푸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우려한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재신임을 묻는 것으로 봉합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혁신안은 중앙위 통과가 확실하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임투표에서도 승산이 100%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책임을 거부해온 문 대표와 측근이 이기지 못할 승부수를 던질 리 없다. 결국 신당론자들이 주장해온 문제해결의 핵심 요구인 문 대표 퇴진과 친노 계파 청산은 더 이상 이슈가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다. 서로의 길을 가는 선택과 행동개시의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결과는 4・29보선 직후 책임론을 거부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 후 버티기와 물타기 전략을 구사해온 과정에서 이러한 의지는 입증되었다. 이제는 서로의 길을 가자는 이벤트만 남기고 있는 형국으로 악화됐다. 중앙위 심판이냐 전당대회냐가 아니다. 친노와 신당론자들이 갈라서는 행사를 일컫는 것이다.

 

신당론자들은 이제 분명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광주, 전라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새정연에 대한 절망과 새로운 정당을 갈망하는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 대표의 재신임 꼼수가 비난 여론에 매몰되면서 호남인의 신당 열망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민심이다. 쇠뿔도 달았을 때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듯이 가시적 선언과 행동이 뒤따라주어야 할 시점이다.

 

명심해야 한다. 친노에 등 돌린 호남인들이 신당론자들의 흐물거리는 듯한 태도에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다면 최후의 승리는 친노 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지체 없이 운명을 가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지금이 바로 신당 행동개시 골든타임인 것이다.

위성운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