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자

기사입력 2015-09-21 12:58:42 | 이젠시민시대

추석이 다가왔다. 연중 한 가운데 든 절기여서 한가위라 하는데 가을걷이를 앞두고 있어서 햇것이 풍성했다. 풍류 또한 거들먹했다. 그래서 중추절을 가벼이 여기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가윗날을 가장 큰 명절로 쇤다.

 

추석 풍류라면 활쏘기가 으뜸이다. 신라 때 기록을 봐도 가윗날이면 남정네들이 활쏘기를 하며 즐겼다고 나온다. 풍류도가 신라 화랑에 연원을 대고 있는 점에 비추면 동이족(東夷族)의 국기인 습사(習射)야말로 최상승의 풍류였음이 자명해진다.

 

양궁과 구별해 국궁(國弓)으로 불리는 전통활은 아직도 명맥이 정정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습사를 하는 사장이 3백여 곳을 헤아린다. 이 살터에서 추석 단오 등 명절은 물론, 평상시에도 활발히 시위를 당기는 궁사들이 장사진이다. 뿐 아니라 사벽(射癖)들은 밤에도 모여 야사(夜射)를 즐긴다. 요즘은 청소년이나 아낙네들까지도 국궁체험을 하러 유명 사정에 모여든다고 한다.

 

광주에도 옛 사직공원 안에 관덕정이라는 3백년 역사의 사정이 있다. 시설이나 운영도 원만하고 과정도 다채롭다는 소문이니 풍류인들은 한 번 찾아볼만 하겠다. 사정은 활만 쏘는 터가 아니다. 그야말로 갖은 풍류도가 펼쳐지는 도량이었다. 향제줄풍류니 하는 음악공연이며 상부상조의 미풍인 향음주례(鄕飮酒禮)도 이곳에서 판을 이뤘다.

 

상남자라면 추석날에 가까운 활터에 가서 시원하게 몇 살 날려보자. 그리하여 곡(鵠)에 살이 콱 꽂혀서 사동이 “관중(貫中)이요!”하고 고전기를 흔들 때 뒤에서 사풍들이 “지화자~”하며 화답을 해주면 답답한 마음이 가을하늘마냥 툭 트일 거 아닌가.

한송주 <전라도닷컴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