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길

기사입력 2015-10-02 11:12:11 | 이젠시민시대

지난 10월 1일자 동아일보 오피니언 난에 실린 한편의 칼럼이 추석에 찌든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트리플 딜레마에 빠진 야당’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과 문제점을 신랄하게 까발렸다. 내놓은 해법 또한 명쾌했다. 필자인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정당 기능이 멈추어선 듯한 새정연의 현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평소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현실에 부합한 해법 제시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아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나 당직자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런 상상에 이어 그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그려졌다. 갑자기 고소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공감대가 느껴질 때 나타나는 심술 같은 현상이다. 명칼럼은 감동을 극대화시킨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일깨워주었다. 수백만 명의 종교인이 성지에 몰려들듯 독자가 명칼럼을 찾아 나서 줄을 서는 이치와도 같다.

 

제목에 쓰인 대로 김 교수는 세 가지 딜레마를 제시하고 설명을 덧붙인 형식으로 글을 이끌어나갔다. 여권의 대형 악재와 정부 실정에도 불구하고 선거만 치르면 패배한다. 야당은 혁신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정작 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해도 야당 대표와 당 지지도는 전혀 반전의 기미가 없다. 그대로 옮겨온 세 가지 딜레마에 나온 야당이라는 표현은 야당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일컫는 것이다. 지식인의 겸손과 신사다운 배려 앞에서 독선에 빠진 패권주의 맹신자들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폐쇄된 사유 회로에서 자괴심이 솟구칠 것 같지 않다.

 

김 교수의 명칼럼은 현상에서 찾아낸 문제점 표현을 의문 형식을 빌어 문장력을 높인 것이 특이했다. 현상의 수가 트리플인 것처럼 문제점도 세 가지다. 설명 없이 소주제문만 그대로 옮긴다. 우선, 문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밝힌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둘째, 문 대표는 진정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가. 셋째, 문 대표가 제안한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국민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보는가.

 

이렇게 의문문 형식으로 소주제문을 제시했지만 뒷받침 문장들은 이를 부인한 후 부연설명하고 예시를 곁들어 단락을 이해하기 쉽게 꾸렸다. 김 교수는 문대표가 이기는 정당을 만들려면 담대한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썼다. 뒤이어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빨리 가는 길은 패망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함께 가야할 먼 길은 대선으로 통하는 길임을 그들은 알기나 할까. 인지한다 해도 애써 모른척할 게 뻔하다. 독선에 빠져 지기만하는 정당을 괜찮다고 악쓰고 있으니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측근들은 김 교수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7개월 앞으로 다가선 총선이 다급해서가 아니다. 이미 신당이 태동했기 때문이다. 반성하고 실천궁행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야권 분열은 총선과 대선 필패를 의미한다. 만약 내일 선거를 치른다면 여야 의석수는 얼마나 될까요?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이렇게 물었더니 새누리당은 200석 이상, 새정연은 100석 미만이라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고한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70% 안팎이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측했다. 새정연 지지자들조차도 승패 예측의 간극이 하늘과 땅 차이를 보였다 한다. 김한길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만나고 박영선과 박주선 의원을 왜 만나고 다니는지 알만하지 않는가. 그래도 호남민심은 탈당이나 신당이 아니라고 문 대표는 강변할 것인가.

 

호남민심은 신당 쪽으로 기울였음을 깨닫는 데서부터 이기는 정당을 위한 혁신은 시작되어야 한다. 신당 쪽으로 기운 여론은 추석 때 확인된 지배적 민심이다. 그런데 이런 추이가 내년 총선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또 다른 예측 민심이 끔찍하지 않는가. 신당이 태동했는데도 존재를 부정하는 오만과 거짓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천정배 의원 말처럼 새정연의 미래는 없다.

 

김 교수의 결론은 칼럼 한가운데쯤에 나와 있다. 마지막 부분에 결론을 내리는 여느 논술문과 달리 중괄식 형식을 취했다. 논리 정연한 그가 문제발견-원인분석-해법제시라는 문장론을 몰라서 그럴 리가 없다. 현상을 지적한 뒤 원인진단보다는 해법을 먼저 보여주고 싶은 다급증이 작용한 탓일 게다. 여기에서 김 교수는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야당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단언컨대 문 대표가 백의종군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친노들을 성토하다 목이 쉬어버린 비노들의 핵심 외침과 어쩌면 이렇게도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놀랍게도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서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공통해법을 김 교수가 내놓은 것이다. 비노들의 일관된 주장이 합리적이었음을 입증한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갖춘 통쾌한 칼럼이다.

위성운 <언론인>